일기

ㅇㅇ불과 하나님

ㄱ~ㅎ 2025. 4. 5. 13:47

나는 종교에 문외한 이지만 엊그제 모르는 사람들을 함부로 집으로 들이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해버렸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조심성이 떨어지고 겁이 없어졌다.
 
벨이울렸고  중년여성의 목소리가 지난번 방문했던 통장님?이라 생각하고 인터폰확인이 귀찮은 구조라 그냥 문을 열어버렸다..

갑자기 "저희 ㅇㅇ불에서 왔는데요… 어머니쪽에서 공덕을 닦으신 조상이 계시네요.."

내가 뭐라고 할틈도 없이 순간 많은 말을 하셨다..
 
그 조상분이 그들을 이리로 이끌었고 나는 선택받았다고 했다..

또한 나에게 맏딸이냐기에 막내라고 했더니 막내인데 맏딸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말에 나는 급관심을 보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랬더니 뒤에 조용히 계시던 검은정장을 입으신 중년여성분께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서 물한잔 달라고 하시는 거였다.. 

혹시몰라 무얼 쓰거나 어떤 약속은 하지 않겠다고 하고 그들을 들였다.. 

그들은 앉자마자 엄청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 9대조상에서 엄청나게 비셨던분이 계시며 엄마가 신을 받았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보았을때 그런 기운이 하나도 없는것 같다).

한분만 계속 얘기를 하시다가 어느순간 본론에 다다랐을때 그옆에 조용히 계시던 검은정장에 뿔태안경을 쓰신분께서 말을 이어 나가셨다.

나와 가족의 모든 불행은 다 조상에게서 온것이라며 조상님들을 위해 딱 한번의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제사를 위한 과일등을 준비해야 하니 돈이 필요하다고 하고선 액수는 상관없지만 보통 물가를 생각해 10만원은 해야 좋을것 같다고 했다..

평생 단 한번만 제를 지내고 나머지는 기도와 수행만 한다고 하면 된다고 했다.

당장 오늘, 늦어도 내일까지 해야 시간이 맞다며 일단 오만원이라도 주라고 했다..

중간부터 말이 길어져 그만 가시라고 해야 하는데 말을 못꺼내고 있던차에 이건 또 무슨말인가 싶었다.

머리가 띵했다.

나는 돈이 없어 당장 하지 못한다고 다음주에 연락드린다고 했으나 막무가내로 오늘이나 내일 당장해야 시간때가 맞다고 하는것이다.

그리고 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갑자기 검은정장의 여성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서워졌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고 그들을 조용히 돌려보낼 궁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절대 안되고 내일 하는걸로 자기들끼리 정해 버리고는 갈때 가더라도 얼마라도 받고 가야한다고 했다..

장도 봐야하니 말이다...

물론 그들이 하는 말들은 좋은 말들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내키지 않는데 끈질기게 돈을 요구하는 그들의 마음이 시커멓게 보였다..
 
중간에 만원이라도 드리고 그들을 돌려 보내고 싶었지만 나는 꾹 참았다.. 
 
나는 그들을 들인죄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그들을 돌려보내고 싶었다.
 
 일단 지금은 절대 내키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렇게 강력히 돈을 요구할수록 반감이 생기니 다음주에 연락드릴때까지 가셔서 기다리시면 안되냐고 했다.. 
 
그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다음주에 할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돈이 없다고 했다..
 
검은 정장의 분이 일, 이만원도 없냐고 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일 이만원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들을 들인죄로 그들에게 함부로 나가라고 할수 없었다..

입씨름이 무르익어 갈즈음 나는 그들에게 어디에서 오셨냐고 다시한번 물어봤다..
 
그들은 ㅇㅇ불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불교의 역사를 얘기하시면서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돌아가시고 3천년쯤되면 ㅇㅇ불을 믿으라고 하셨다고 했단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ㅇㅇ불과 하나님은 같은 인물이라고도 하셨다...

....................?

 
어차피 신뢰해서 들인것은 아니지만 그말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알아서 기도하고 수행할테니 가시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돈주기 전에는 안일어나실거냐고 했더니 또 그건 아니란다.. 
 
검은정장의 여성분이 만원이라도 받고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어림없었다..
 
그냥 들어오셔서 몇마디 좋은말 주고 받으려고 한건데 돈을 요구하는 거였으면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만으로는 안되냐고 어필했다.. 

드디어 그들은 일요일에 전화할것을 약속받고 돌아갔다..

월요일에 직접 나를 데리러 온다고 했다..
그런데 가고 나서 나는 아차 싶었다..
 
거실에 놓은 전신거울틈에 몇 만원을 끼워놨는데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현금을 전혀 쓸일이 없어 잃어버릴까봐 껴놓았는데 그걸 그들이 봤을거 같아서다…


이런생각하는 내가 참 안타깝다…
“각성해라, 나자신.”
 
그리고 어제 문자가 왔지만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서야 나는 정중히 제사를 지내지 않을거라며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내고는 다 차단해 버렸다..
 
그들의 엄청난 말수완 덕에 종교에 관심이 전혀없던 나또한 긴가민가 했다... 
 
아니 종교를 떠나 이렇게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면 누구라도 돌려보낼 심산으로 일 이만원정도 그냥 주겠구나도 싶었다..
 
그들을 보내고 찾아보니 처음제사를 지내게 한후 그뒤 인연을 이어가면서 계속 돈을 요구하게 하는 사람들일수 있다고 했다..
 
나는 처음부터 사람의 마음을 열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들처럼 끈질기게 돈을 요구하는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노약자나 심신이 약하신분들에게는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