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찬물 끼얹는 소리 (ft. 엄마)

ㄱ~ㅎ 2025. 4. 1. 12:38

엄마를 생각하면 내 모습이 보일때가 있다..
엄마도 내 모습에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나를 못 마땅해 하시는것 같다..

우리는 서로가 못 마땅 하다..

잘 지내는 경우를 제외하곤 ‘원래 엄마랑 딸은 그래.’ 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왜 이리도 남보다 더 서로를 헤아리지 못하고 아프게 하려 드는걸까..

마치 각성이라도 하라는듯 제일 아픈말로 상처를 주곤한다..

불과 2주전만 해도 엄마는 나에게 전화해 "나는 죽어야 쓸랑갑다.. " 하며 운을 띄었다.

저 말을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나는 순간 아무대꾸 안했지만 그래도 들을때마다 적응이 안되고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다..

또 무슨 일 일까..

병원의사가 의례 하는말에 세상이 무너질듯 좌절해서는 그감정 그대로를 실어 나에게 얘기 하신다..

나는 감정을 빼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엄마는 내 반응이 시큰둥 한것 같다고 생각 했는지 이번에는 더큰 카드를 내미셨다.. 

병원서 조심하라고 하는말에 큰일이 날것처럼 나에게 말했다..

나는 걱정하며 엄마에 대해 이런말 저런말로 이야기 했다.. 

엄마는 비로소야 내 반응에 만족? 한다는듯, 그리고 내 긴말이 듣기 싫다는듯 이제 아무일 없듯 먼저 전화를 끊으셨다.
 
걱정이 되는 나는 저녁이고 다음날 아침이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기분이 괜찮냐고 물었다.

하루 지나고 나니 마음이 진정된 엄마는 이제는 내가 귀찮다는듯 실은 아무일도 아니라고 얘기 한다.

그렇게 내게 감정을 있는대로 쏟고나면 엄마는 다음날 괜찮아 지신다..
 
그 뒤로 정말 엄마는 어깨도 많이 좋아지고 컨디션도 괜찮아 목소리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셨다..

안가시던 교회도 다니시고 밥도 잘 드신다고 했다..
날씨도 큰몫을 했다. 
 
아픈 마음마저 치료해주는 봄날씨 였다..

대부분이 그렇듯 엄마가 극단적인(더위, 추위) 날씨면 매우 힘들어 한다는것을 알고

잠깐의 봄이라도 그렇게 괜찮아 지신게 치료에 도움이 될것 같아 나는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 졌다..
 
며칠간을 그래도 밝은 목소리로 통화하다 어제 또 오랜만에 '죽어야 쓸랑갑다'를 듣게 되었다.

이번엔 허리가 문제였다. 허리가 아파 침과 주사를 맞고와서는 나에게 뭐하냐고 물으셨다.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산책다녀왔다고 하니 한템포 쉬셨다가 무섭게 말을 이어 가셨다..

마치 나는 이렇게 아픈데 ‘니냔’은 산책이나 다니냐는듯 못마땅해 하셨다..

그말 끝에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을 하셨다..

"하이고 놈으집은 딸이 차갖고 다니면서 엄마를 병원에 다 댈꼬 다니더라..

넘으집 딸은 엄마라면 죽고 못사는데
너는 왜그러냐..?"
……

거즘 십년동안 넘으집 딸과 비교를 당했지만 들어도 들어도 적응 안되는 말이었다..

나눈 차도 없지만  딸로 태어난건 무슨 죄인가…
이제 이런 비교는 엄마의 세대에서 끝나야 한다..

'왜 엄마는 내가 다른딸과 같기를 바라는가…'

엄마의 타고난 성향과 시대, 환경이라면 저렇게 생각하고 말할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한번씩

‘오늘 이만하면 괜찮았어... ’

라고 생각하는 나의 하루 마지막에 찬물을 끼얹는 엄마의 신세한탄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 아이를 양육한다는것은 안타깝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엄마는 만성 불면증에 혼자 돈을벌어 외할머니, 오빠, 나를 먹여살려야 했으므로 아마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셨을 것이다.
 
만성 불면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다.

엄마는 그 스트레스와 불안을 여과 없이 할머니, 오빠 그리고 나에게 무분별 하게 표현했고 그것은 애초에 옳고, 그름따윈 없었다..
 
그리고 자주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아지면 또 좋은데로 우리에게 표현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사춘기 이후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도에서 작은아버지가 계시는 전남으로 이사와서는 갈등이 더 심해졌다.. 

엄마는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사촌집에 가기 싫어하는 나를 억지로 끌고가 친해지게 하려했고 가기 싫다는 나를 비난했다..
 
단 한번도 왜 가기 싫으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너는 왜그렇게 생겨 먹었냐며 질책을 했다…


엄마와 내가 갑자기 없던 정이 생길수는 없다.

서로 위하진 않지만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되는것이다.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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