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꽤 좋았다.. 오후 강지와 산책을 하러 공원에 들렀다.. 강지 어머니들과의 적당한 미팅후 나는 근처 과기원 축구장으로 향했다.. 따뜻하니 사람들이 많이 나왔구나.. 강지는 이 축구장을 너무 좋아한다.. 만득이공 하나로 물고 들고가다 떨어뜨렸다 장난치며 뒹굴고 혼자 난리를 친다.. 아이들도 있고 적당히 뒹군것 같은 강지와 오늘은 과기원 한바퀴를 돌아보고 싶었다.. 실은 나는 걷고 싶은데 축구장을 너무 좋아하는 강지덕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날씨도 좋고 한바퀴돌자 하고 걷고 있는데 익숙한 강지 어머니들이 벤치에 앉아있는것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누구엄마! 하며 환하게 안부를 묻는 어머니들이 참 따뜻하다.. 나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는데 이사간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2년 다 되어가도록 강지와 매일 걸었던 이길을 이제 잘 올수 없다 생각하니 가슴한켠이 뭉클해진다..
1년은 모르겠는데 2년정도를 살다보면 그곳을 떠날때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다..
산책후 냉동 닭안심을 삶아 강지와 나눠먹은후 너무 피곤해 잠깐 눈을 붙였다.. 일어나 간단히 먹고 이것저것 하다 불꺼진 방, 뻗은강지 옆에서 글을 쓰니 이것만큼 행복한게 없다... 사실 또 한편으론 설명절을 앞두고는 그렇게 마음이 편하진 않다..
내가 고2때인지 고3때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 겨울에 어느 잡지책을 보다가 맨뒷장에 있는 사상체질에 대해 간단히 적힌것을 본적이 있다... 그 전에도 들은 기억이 있지만 그런게 어딨어~ 하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었다..
하지만 그날은 구체적으로 네 체질의 그림사진 까지 그려진 그 부분이 눈에 확 들어 왔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쎄게 맞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냐면 나의 모습과 내가 고등학교 내내 부러워했던 친구2의 모습에 대한 설명이 짧지만 그대로 들어있었다.. 이거였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내 이런 모습이 어쩌면 이미 결정되어 졌다라는 착잡함을 느꼈다...
아마 그뒤로 그 친구2를 볼수 없었으니까 고3때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난 더이상 그 잡지의 정보 말고는 사상체질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일년을 집에 있었고 집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휴대폰도 없었거니와 우리때는 스마트폰도 아니었다.. 하지만 앞글 스무살 오후세시의 우울에서 처음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우울이 뇌에서 그렇게 하도록 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등 뇌와 감정을 별개로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인지한것이 다 사상체질을 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튼 막연히 그렇구나 하고 있다가 일년뒤에 나는 독립을 했다.. 더큰 도시로 와서 처음으로 월세방에 살며 알바도 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있을때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랐기에 알바만을 전전하며 근근히 살았다.. 그래서 일하는 날보다 쉬는날이 많았다..
나는 취직을 하려면 컴퓨터를 어느정도 할수 있어야 한다고 어디서 얻어듣고는 컴퓨터 자격증을 따려고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격증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수리 타법 이었다.. 나는 스무살 초반까지 컴퓨터를 거의 접해본 적이 없다.. 앞에서도 얘기 했듯이 그시절 친구들이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따는것에 대해 무감각했디.다.. 이래서 컴퓨터를 하는구나... 그제서야 필요성을 절감했다. 나는 엄청난 컴맹이었다.. 그래서 근처 피시방에 갔다..
가서 타이핑타자연습 을 죽어라 했다.. 손가락 위치부터 잡기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타자연습만 했다... 아마 타자연습하러 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자주는 못왔지만 한시간 두시간 하면 그래도 다음엔 더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며 재미를 붙이니 속도도 빨라졌다.. 200타를 거의 넘어본적이 몇 안되고 사실 지금도 타자가 빠르진 않지만 나는 노력으로 독수리타법을 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찌됐든 나중에 컴퓨터 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타자연습을 하다가 간혹 네이버에 사상체질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그곳에는 잡지책과 다른 정보가 수두룩 했다.. 그 이후 나는 틈만나면 사상체질에 대해 검색하고 보고 집에서 생각해고 또 보고 생각하고 그려보고 미치도록 그 사상체질에 대한 생각만 했다... 볼수 없었던 친구2의 말과 행동 모습을 떠올렸고 나와 그 당시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사상체질에 비교해 보았다... 특히 티비로 접하는 연옌들... 정말 그렇게 무언가에 깊게 빠져 있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무렵 부터 나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이해가 되는가 하면 근본적으로 사람은 다르게 태어난다라는 마치 운명론 같은것을 믿기 시작했다.. 글에서는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 하지만 내가 사상체질을 알게 된후 나는 완전히 그것에 집착했고 미쳐있었다....
지금은 훨씬 덜 하지만 나는 그때 진짜 사상체질에 반 미쳐있던 사람이었다.. 이어 더 알고싶어 팔상체질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일년에 책한권 읽기 힘들었던 나는 도서관에서 팔상체질에 대한 책을 대여해와 하루를 꼬빡 세우며 새벽까지 노트에 정리한 적도 있었다...
나는 사람관계가 늘상 어려웠다.. 학교에서 만난 여러아이들속에서 열등의식으로 가득찬 10대를 보냈었다... 평생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할만큼 사람이 어려웠던 나는 사상체질을 알게된후 뒤로는 남몰래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섞여산다는것은 또 다른 문제 이다..
지금은 많이 열정이 식었지만 그래도 사상체질은 나를 사람을 바로보게 해주고 비로소 이해하게 했으며 나스스로에 대한 고찰과 반성다운 반성을 하게 해준 고마운 학문이다..
사상체질은 내 은인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된다..
"이제마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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