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십대 (술에의존, 약 부작용)

ㄱ~ㅎ 2025. 3. 7. 12:20

스물후반 첫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헤매였다.. 다른 쇼핑몰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카드사에 아웃바운드로 들어가 보기도 했으나 사람들과의 관계의 어려움과 대처를  잘 못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어영부영 이십대 후반을 보내고 삼십대에 내가 살고있는 지역을 떠나 삼년정도 타지역을 전전했다..
 
전주에서 의정부, 청주로 역시나 정착하지 못하고 결국 내가 살았던 지역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그중 의정부에서부터 나는 '술'에 빠져 살았다.. 일자리 찾기는 더욱 힘들었고 힘들게 찾더라도 내 자신이 거의 일주일에서 한달이상 버티지 못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어려웠다..
 
처음 면접을 볼때는 괜찮더라도 막상 다니다 보면 그들과 어울리는게 잘 안됐다.. 그들이 하는 말들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고 분위기 파악도 어려웠다.. 
내가 세상사에 관심이 없다라는것이 사람들과 소통하는데에 문제가 될수 있을수 있다라는것을 이때 처음으로 느꼈다..
(사실 진짜 나의 문제는 이것은 아니다..)
 
전혀 즐겁지 않은 대화속에 끼어드는 것도 어색했고 그들의 이질감 어린 시선이 나는 꽤나 신경쓰였다.. 자유로운 점심시간 한시간이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 이리저리 방황을 하며 나는 힘들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오면서 편의점서 소주와 안주거리 등을 사와 저녁대신 먹었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그날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술을 마시고 잘때쯤 수면제를 먹었다.. 
 
나는 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리도 힘든지 생각해 보았다.. 말을 잘 못한다지만 왜이렇게 말하는것이 부자연스러운가.. (말의 문제보다 소통의 문제)
너무 답답해 말을 자연스럽게 잘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물론 다 그렇지만 어릴때는 모든 의식하지 않고 내 감정에 솔직했기에 말도 자연스럽게 나왔었다.. 나는 다시 말을 잘 하고 싶었고 마음이 답답하여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나는 근처 연기학원에 전화해서 등록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학원에서는 나이를 묻더니 너무 늦었다고 안된다고 했다..
"사실 제가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감정표현 하는것을 연습하고 싶은데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안타까워 했지만 결국 나에겐 부담이 되는 학원비에 포기 하고 말았다.. 
 
청주에서 그리 떠나고 싶었던 곳으로 다시 왔을때엔 월세 계약했던 일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였다.. 
그때 나이가 서른셋, 넷 쯤 이었다.. 여전히 나는 술과 약을 같이 먹었다.. 내 사정을 모르셨던 엄마의 약간의 물질적인 도움도 있었다.. 그리고 서른중반을 달려갈때쯤 나에게 안좋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났다.. 
 
어느날 부터 잘때마다 이유없이 아프고 식은땀이 났다.. 꽤 오랫동안 그랬던 걸로 기억하고 그것이 멈추었을때쯤 이상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다.. 자기전 졸피뎀을 먹은후 심신이 편안해지면 나는 자꾸 무엇을 먹어댔다..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먹었다.. 예를들면 밥에 고추장과 케첩을 섞어 비벼먹는등... 평소에는 안먹는걸 약을 먹으면 별로 개의치 않고 먹었다..

다음날 일어나면 나는 그것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그런다는 사실은 머지 않아 알게 되었지만 마치 내가 그런것 같지않았다..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물론 그동안 약의부작용은 기억력의 문제나 감각둔화등에만 있었지만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언제쯤 이것이 졸피뎀의 부작용일수도 있구나를 인지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한참지난뒤 그것이알고싶다에서 약을 먹은후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고 나도 저랬지 했던 기억이 났다..
 
왜 나는 십년이 지나서야 이런일이 생긴걸까.. 물론 그동안의 안좋았던 생활습관들과 또 사람의 신체의 노화가 가속화하는 서른중반이여서 그랬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덕분에 내장지방위주로 살이 많이쪘고 성인병초기 증상들도 생겼다..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도 생겼다.. 이때 찐 살은 왠만해선 잘 안빠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늘저녁은 굶을거야 라고 굳게 다짐했는데 약을 먹은후 그 다짐이 풀어지며 늦은밤 먹게 되어서 어쩔때는 더 안좋은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그때처럼 이상하게 먹는다던가 기억을 못한다든가 하진 않는다.. (지금은 많이 좋아짐)
 
술은 서른 중반이 조금넘어서까지 계속마시다가 집근처에 상가분양을 하는 회사에 사무직원으로 다니면서부터 점점 줄었고 두세달만 팀과 같이 일하다 원래 팀들은 다른 현장으로 가고  상가와 아파트 전매등을 이유로 나혼자 남아 일하게 되었을때에는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혼자 일하는것도 좋았고 (물론 cctv설치) 무엇보다 일의 강도가 세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때 처음 마음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며 나에대해 생각도 해볼수 있었고 내 삶에 대해 고찰할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돈의 가치를 최하위에 두는 깨달음을 얻었다..내가 의식주를 걱정하고 있을때에 의식주가 당연히 해결되어있는 사람은 지금 무슨생각을 하며 살까를 생각하니 내 걱정이 의미없을수 있음을 알았고 나는 더이상 돈을 벌기위해 또는 안정된 직장을 찾기위해 발버둥치는 헛수고를 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안되는것에 신경쓰는 일을 하는것을 그만 두기로 한다..
 
***졸피뎀은 불면증의 경우 하루 반알에서 한알정도는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