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봄비엔 자기연민.

ㄱ~ㅎ 2025. 3. 1. 19:58

조금 통증이 나아지신 엄마에게 어제 전화가 왔다.. 
"4일 xx (강지)델꼬 오지말고 와서 엄마 퇴원 시켜랴...." 
??
그럼 집에서 안자고 가도 괜찮단 말인가..긴급돌봄서비스도 괜찮다고 거부하셨는데 진짜 괜찮은가...?
엄마에게 안자고 가도 괜찮냐고 물어보려다 자기말만 하고 끊는 엄마의 전화습관덕에 더 물어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일찍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연락하면 와서 퇴원시켜라.." 어제보다 더 나아진 목소리에 "엄마 나 안자고 가도 괜찮아?" 하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조금 망설이다가 특정 단어에 힘을 주시며 말했다..
"에 미쳐갖고 있는데 두고 오면 어떻게 자고 갈래~ 한 며칠 있었으면 좋겠고만 에 미쳐갖고..." (이하생략)
아침부터 참 고막의 마음이 아파왔다.. 엄마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아픈말을 하는것이 태어날때부터 당연했고 당연하고 당연할것이다. 이른바 그것이 엄마의 말투이다..  "말투가 원래 그런걸 어쩌냐..!" 이러면 더이상 할말 없어진다.. 나는 강아지를 앞가방에 메고 병원앞까지 가서 엄마가 얼마안되는 짐을 갖고 나오면 택시를 타고 거의 5분거리의 집에 택시를 타고갈 생각이었지만 엄마는 버스가 있는데 무슨놈의 택시를 타냐고 나를 비난했다..
 
버스타면 강지를 델꼬 탈수 없고 버스비와 택시요금이 2~ 3천원 밖에 차이 안나니 편하게 택시타고 가자고 해도 엄마는 듣질 않으신다.. 그럼 그렇게 해야한다...  아픈 엄마의 마음을 억지로 돌릴수는 없다.. 
이미 병원비로 많은 돈을 쓰신 엄마는 지금 천원한장도 허투로 쓰지않고 싶은 강박같은 것이 마음깊이 자리잡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올수없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가서 자고 와야 마음이 편할것 같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힘은 없지만 다행히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물론 이해하는데에는 오랜시간이 걸렸다..
 
이해라는 것은 엄마의 감정에 이입되는것이 아니라 엄마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을때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래도 감정이 완전히 이입되지 않는것은 아니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이입이 잘 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sns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인스타그램도 활동하진 않지만  몇년전 일 때문에 계정을 만들어서 보게 되었는데 신세계였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기분좋은 정보들이 상당히 많았다.. 
많은것을 보는데 요즘에는 "이국종교수님의 자기연민에 중독되면 인생 끝입니다." 를 보았다. 나는 한때 나를 가엾게 느꼈으므로 그 말이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하지만 자기연민은 결코 잘못된것이 아니다.. 다만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다면 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할것이다..
 
내 삶을 그냥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나를 가엾게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될것이다..
 
엄마는 자기 자신을 굉장히 가엾고 불쌍하게 여긴다..  그 깊이가 너무깊어 한이 되셨다... 양쪽 어깨 수술로 엄마는 열심히 살아온것이 분하고 억울하시다.. 매일매일 자신을 가엾게 여기고 원망하며 주위를 비난한다.. 
나만 힘들고 내인생이 가여워.. 자연스러운 생각이지만 이생각이 강하다면 매우 위험하다.. 나만 가여운게 절대 아니다. 원래 인간의 삶 자체가 가여운 것이다.. 모든것은 그냥 나의 몫일뿐이다..
엄마의 마음을 바꿀순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엄마가 나쁜것은 아니다...  엄마는 그저 감정대로 생각할 뿐이니까…  …
 
봄비가 부슬부슬 기분좋게 내리는 지금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오늘같은날은 자기연민에 빠지기 딱인 날씨이다.. 모두가 좋은연민을 느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