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실은 매우 우울하다.

ㄱ~ㅎ 2025. 2. 21. 20:24

이 곳에 이런 글들을 쓰고 싶진 않으나 쓰고나면 왠지 조금더 일찍 이 무거운 무기력에서 벗어날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낱낱이는 아녀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뱉는 방법)

솔직히 이사를 와서 이렇게 까지 우울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전히 집안일도 미루지 않고 하고 제일 중요한 강지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수면제는 더 늘어서..?)있지만 깨어있는 시간동안은 그저 멍 하기만 하다.. 
 
나에게 강지랑 지낼 안전한 안식처만 구해진다면 나는 열심히 살것에 대한 상상을 했었고 하루 빨리 그런날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이곳이 내 안식처가 되고보니 나는 좋지도 않고 열심히 살고 있지도 않다..
 
왜 이런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생각하고 이시간이 길수록 의미없어 빨리 지나기를 바란다.. 
 
원래 너무 오래되고 낡은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와 함께하며 신축이냐 구축이냐가 중요하기 보다는 내 강지가 행복할수 있는 조용하고 자연이 가까운 주택이나 한적한 빌라에 들어가고 싶었다.. 
 
너무 어리석게도 공원은 어디에 살던 그 주변에 다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강지를 꼭 공원서 산책 시켜야 되는것은 아니지만 강지와 함께한 시간부터 지금까지 집앞 인공호수가 있는 공원에서 늘 산책했으므로 나와 강지는 공원에 익숙해져 있었다.. 강지 어머니들과도 많이 친해져 수다를 떠는것도 즐거웠다.. 이미 그런것들을 걱정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주위에 산책할만한 곳이 없다.. 우리아파트 놀터는 모래가 너무 깊어 발이 푹푹 빠진다..
 
이곳 주변은 잔디도 나무도 식물도 별로 없다.. 내가 이곳의 이미지를 그려본다면 주위 색은 어두운 황토색이다..
구도심인 이곳은 주위가 어수선하고 너무 가파르다.. 
 
사실 이곳은 나에게는 아까운 곳이라는것을 안다.. 나는 이 보다 더 못한 곳에서도 지낼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집도, 주변도 흙만 날리는 이곳에서 예전에 비해 만족스런 산책을 전혀 못하는 나와 강지는 서로 눈치만 보고있다.... 
 
이곳에서 강지랑 걸어가면 25분~ 30분이면 작은 근린공원이 있긴하다. 아직 춥고 조금 멀어 매일 가진 못했다.. 그래도 감사하며 갔는데 어제 내 강지가 다른 강지와 싸우다 귀를 물어 버렸다.. 선명하게 이빨자국이 두곳에 나있었다.. 다행히도 작은 상처였지만 나는 정말 그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생각과 걱정과 자책이 들었다.. 내 작은 천사(아주 작진 않음, 5키로정도) 가 어떻게 다른 강지를 물수있지... 그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만 했다..
 
하긴 어제 상황이 강지가 스트레스를 받기에 충분했다.. 다 내가 너를 보호하지 못한 탓이다.. 강지는 지가 물었는지 어쩐지 모른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조금 우울해 하는것 같더니 어제는 왠 어머님이 내 강지를 예뻐하시다가 번쩍 들어 안으시는 거다.. 강지가 나를 바라보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저 허허 거리며 그 눈을 외면했다..
 
그래서 더 그런걸까....? 24시간 거의 붙어 있지만 요새 부쩍 한숨이 많아진 나를 보며 강지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나의 마음을 너는 너무 잘 느끼고 있겠지....  ㅠㅠ  그저 강지를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다.
 
오늘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이틀전 나에게 또 왜 이렇게 사냐고 타박하던 엄마에게 그만좀 하라고 하고는 화를 냈다..
엄마는 1년전 겨울 오른쪽 힘줄이 완전파열되어 인공힘줄을 덧대는 수술을 받으셨고 수술후 1년도 안되어 왼쪽어깨 힘줄이 끊어져 수술을 받으셨다... 그런데 이번에 작은 사고가 있어 수술한지 얼마안된 왼쪽어깨 힘줄이 다시 끊어져 왼쪽에도 인공힘줄을 넣는 수술을 또 받는다고 했다..
 
엄마는 신경쇠약증이 너무심해 조금의 스트레스에도 몸이 자주 많이 아프다.. 수술로 인해 엄마의 몸은 너무 쇠약해 졌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매우 힘들었다... 엄마의 지나친 잔소리에도 말대꾸 하지않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아무일 없이 수술도 끝났고 이젠 아무는 일만 남았다 했는데.. 재수술이라니....
 
엄마가 제일 힘들것이다... 1년 넘게 어깨를 제대로 못쓰고 계시니 얼마나 답답할지 나는 상상이 잘 안간다.. 나는 돈도 보태줄수 없고 대신 아플수도 없다.. 그저 며칠 옆에 있을뿐이다... 
 
그저 이렇게 있다 따뜻한 봄이오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설령 또 우울할 지라도... (너무 깊은 우울만 아니면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