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친구2 (천상소음인), 영화x

ㄱ~ㅎ 2025. 1. 5. 20:50

꼭 열한시 이전에 잠들면 새벽 두시에 깬다.. 비몽사몽하다 네시에는 완전히 깨서 약 반알을 더 먹고 마저 잠을 청했다.. 아침부터 겨울비가 차갑게 내리더니 하루종일 오락가락 한다.. 비가 그쳤다고 생각하고 산책을 나갔다가 갑자기 세찬비가 내려 거의  맞으며 산책했다.. 강지를 키우기 전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매일 산책을 두시간씩 하고 오니 이제 산책을 안하면 온몸이 더 쑤시는것 같다...
 
비가 좋다... 더운여름에는 잠시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곳 광주는 올겨울 눈보다 비가 더 자주 내리는것 같다..  산책할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었어도 결국오니 모든것들이 그래도 잘 풀린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기분은 좀 울적하다....
 
곧 설날이기 때문일거다... 명절이면 집에 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시골로 내려오기 시작한 중3부터 나한테 명절은 늘 지옥같은 시간들 이었다... 명절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인가....?
 
오늘은 강지 없이 혼자 우산을 쓰고 걷고 싶은 날이다…
 
지난글에 전라남도로 내려와 사귄 친구2에 대해서 쓴적이 있다.. 예쁜 친구이며 난 그친구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꼈었다고..  그 친구를 직접 보며 지낸지는 거의 4년이고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것은 1년 6개월 정도 인것 같다...
눈에 띄는 친구가 아니여서 그냥 지내다가 중3 어느날 아침 학교를 가는길에 그앨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아침마다 등교도 같이 하고 하교후 같이 어울리며 친해졌다... 말이 예쁘고 착한 친구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그 친구도 친구1처럼 친해질수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1에게 내 비밀을 얘기 할수 있었던 것처럼 친구2도 내 얘기를 잘 들어줄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때 외모에 관심이 많았는데 급식비를 빼돌려서 옷을 사입었가.. 친구2가 우리집에서 그 옷을 입어보곤 자기네 집에서는 들킨다고 우리집에 그 옷을 맡겨놓고 갔다.. 그 옷은 짧은 스커트 였는데 친구2가 입는것을 보니 예뻤다. 친구가 간후 나도 한번 입어봤다.. 그런데 친구2가 입었을 때보다 안어울렸다.. 
 
나는 그때 살이 빠져서 친구2와 거의 같은키에 같은 몸무게 였는데 옷태는 영 달라보였다... 내 앙상한 다리에 눈이 갔다... 그렇지만 눈이 나빠서인지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모르겠더라..
 
그 친구와 나는 한번씩 옷을 사서 집에서 몰래 입어보곤 했는데 어느날은 내가 밝은색의 니트를 입어봤다... 그때 거울에 확 들어 온것이 내가 어깨가 넓다는 것이다.. "나 어깨 넓지..?"
그래도 그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가끔 친구2에게 옷도 빌려 주곤했는데 내가 입었을 때랑 태가 완전히 다르다는것을 느꼈다.. 그당시 몸에 붙는 옷들을 자주 입었기에 더 확실히 알겠더라…
 
그 친구는 맘에 드는 올블랙의 상하의를 입어보고 거울을 보며  "나는 키만 크면 딱인데.." 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도 난 잘 모르겠더라... 어느날은 같이 버스타고 시내에 갈일이 있었는데 한여름 흰카라가 있는 티를 입었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수수하고 깨끗하게 보였다.. 그때부터 그 친구가 선하게 예쁘다고 생각했다.. 
나는 선하게 예쁜사람이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남자친구가 생긴 그 친구는 더욱 멋을 부렸다... 과하지 않게 그 친구는 어떤 옷이든 어떤 헤어스타일이든 다 소화해 냈다... 처음에는 그 친구에게 예쁘다고 칭찬도 하고 좋아했지만 처음으로 싫어진 계기가 있었다.. 남자친구가 생긴 친구는 태도가 거만해졌다... 대접받으려고 하는것 같았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친구도 자신의 매력을 아는지 그것을 "나는 어떤것 같아" 하며 자연스럽게 하는 말이 나는 듣기 싫었다. 어떤 옷을 입든 머리를 하든 예뻐지기만 하면 태도가 변했다.. 자신감 이었겠지만 내눈엔 순했던 사람이 갑자기 앙칼지고 도도해 보이기만 했다...  

그 친구는 엉겹결에 맘에도 없는 남친을 만난건데 어느날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친구들이 나한테 실망하겠다.. 겨우 쟤 만난다고.."  친구의 폭을 더 넓히고 싶었던 친구2는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남친을 만났었다.
 
그래도 같이 잘 다녔다... 그러나 특별히 싸운것은 아닌데도 친구와 내적으로 멀어지게 된다.. 
 
같이는 다녀도 서로 친숙하게 대하지 않았고(특히 내가), 불편하기만 했다... 매일 같이 다니던 등교도 이제 따로 하게 되었다... 어느 겨울날 내 앞으로 먼저 걸어가는 그 친구를 보았다.. 날이 춥고 얼음이 얼어 친구는 살금살금 걷고 있었는데 그 뒤태가 너무 잘 짜여진 조각상 같았다... 아름답다고 할수 있었다.. 어깨부터 골반까지의 비율이 딱 떨어진다.. 특히 골반이 크고 다리가 상체에 비해 두꺼웠지만 그것마저도 조화롭게 잘 짜여져 있었다.. 
 
그래! 특유의 여성스러움과 아무옷이나 잘 소화하는 비결이 저거구나..! 나는 나의 뒷태도 거울로 봤다..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너무 깡 말랐는데 어깨는 좀 날개돋힌듯 살아있었고 골반도 작고 특히 다리가  앙상핟다ㅠㅠㅠ  말라서 볼품도 없었지만 비율도 좋지 않았다.. 나는 그때 큰 좌절을 맛봤다...
 
절대 나는 저 친구보다 예쁠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열등감을 가지기 시작한것 같다...
미의 기준이 다르지만 친구2는 내가 평소에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런 쪽에 속해있다...
 
나는 얼굴은 달걀형 얼굴에 입술에 혈색이있고 약간 도톰한 사람을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친구가 딱 그랬다... 눈, 코가 커서 나는 처음에 그 친구를 예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심지어 나중에는 그 뚜렷한 눈, 코, 입 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몸매는  그냥 마르거나 적당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몸의 비율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날 ses를 티비에서 보는데 슈의 가녀린 어깨가 너무 예쁘게 보였다... 
 
친구2는 슈와 같은 어깨를 가졌다.. 친구2는 이미 얼굴보다 몸의 비율이 더 중요하다는걸 알고 있는듯 했다...
ses중에 슈가 제일 허리가 가늘고 예쁘다고 했었다.. 나는 얼굴로만 보면 유진이 제일 예쁘다.. (지금은 슈도 예쁨)
항상 친구2는 여자사람의 미를 평가할때 자기와 같은 스타일을 예쁘다고 생각하는듯 말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내가 예쁘게 꾸미면 예뻐보일수는 있지만 진정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는것 같았다... 
 
친구2는 비위가 약하다.. 고기는 평소에 입에도 안대고 오로지 나물위주(채소)의 식사를 했다.. 그것도 늘 적당히 조금씩 먹는다.. 어느날은 친구가 속이 안좋아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했는데 의사왈 "요즘 밥을 많이 먹냐 해서 그렇다 했단다." 자기는 원래 밥을 많이 못먹는데 요즘 퍼 주는대로 먹었더니 속이 안좋다더라...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이것저것 먹으라고 하는데 자기는 전혀 받아 먹지 않는다.. 근데 이번에는 어른들이 주시는 거니 좀 먹어야 겠다... 라든가.. 좀처럼 뭐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던가 학교에서 야자때 어떤 친구가 머릿고기라며 갖고 왔는데 어떤 친구가 먹어보라 했으나.. 그친구는 나 저런거 안먹어.. 라든가....

빵 하나를 주면 하루에 세번에 나눠서 먹는다던가.. 귤 하나를 한번에 다 못먹는등…늘상 조금씩 천천히 먹는다… 어떤 계기로 같이 식당알바를 이틀정도 했었는데 그집에 고기반찬이 주로 나왔다... 나는 잘먹는데 그 친구는 입에도 안댄다... 아침에 한숟가락 먹고 나오는데 그것마저 안먹을때면 배가 등짝에 붙는다고 했다. 배도 고프지 않다고 했다..

대신 군것질 하는것을 좋아 했다.달달한거
 
나는 친구2로 인해 진정 비위가 약하다는게 뭔지를 알았다.. 그리고 비위약한것도 있지만 친구를 보면 과한걸 싫어하고 안한다… 비누가 독한것 같아 늘 물로만 세수하고 먼지가 많다고 느꼈을때에만 손을 비누로 씻는다고 했다.. 덕분에 얼굴에 피지가 올라와 엄마가 전용세안제를 사줬는데도 전혀 쓰질 않는다.. 그렇지만 위생에 대한 개념은 늘 철저했다.
 
친구2의 몸은 근육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종아리가 둥글며? 매끈하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만 무리하면 근육통이 생기는 나와는 달리 친구는 늘 멀쩡했다.. 그렇지만 팔목 다리의 뼈대는 굵었다.. 잘 먹지 못해도 건강하고 선이 아름답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교복도 달라지는데 친구2는 교복이 제일 잘어울린다.. 
 
친구2는 재혼 가정이다… 그런데 항상 새엄마에게 찍소리도 못한댔다. 내가 왜 그러냐고 하니깐 나중에 부모님이 이혼하시면 자신의 아빠쪽이 불리 할까봐 그런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놀랐다.  또 돈에대한 욕심이 은근히 많다.
 
친구2는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많이 알고 있었다... 눈웃음을 짓고 보조개가 예쁘게 파이는 자신을 사랑할줄 알았다..
드러내진 않지만 자존감도 높았다.. (소음인들은 외유내강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다) 
 
암튼 내가 먼저 절교를 원했지만 진짜 서로 모른척 했을때 그 친구를 난 더 의식했다.. 
고등학교 졸업후 그 친구를 더 이상 볼수 없게 되었을때 난 드디어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난 거의 10년 동안을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되었고 미움과 열등감은 점차 그리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키큰 소음인 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