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나는 오후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가야 한다.
며칠전 13일 '근로능력있음'을 판정하는 우편물을 받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정식으로 받게 되니 다시 깊은 불안과 우울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이렇게 글도 쓰고 산책도 하고 밥도 먹으며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란다..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더욱더 안정된 생활이 그리웠다.. 너랑 지낼 방한칸, 너를 지켜줄 정도의 돈.... 아마 강아지도 내 감정을 읽겠지.... 그게 너무 미안하고 안쓰럽다..
실제론 그리 불안할 상황도, 우울할 상황도 아닐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두려움은 타고난 것도 있고 일찌감치 학습이 되어 어둠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이따끔 죽을것 같은 불안과 우울이 되어 불쑥 하고 나타난드.. 요즘은 마치 내가 해야될일을 놓쳐서 모든게 다 어그러질것 같은 불안이 든다..
생각해보면 슬픔이라는 감정은 아주 어릴적부터 아무 이유없이 시작된것 같다...
어느날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들이 저녁이 되서 친구들을 하나둘 데리고 집에갔다...
나혼자 남겨졌는데 불그스름 노을이 지면 그 노을이 그리 슬펐다..
나 살던곳에서 조금 걸어가면 냇가 위로 기차길이 있었는데 노을이진 다리위로 기차가 달릴때면 알수없는 그리움이 몰려들었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 아마 아기때부터 많은 불안들에 노출되어 있었을 테지…. 감각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겠지....
멀리 사시던 친할머니가 한번씩 다녀가시거나 어릴때 나를 잘 따르던 이종사촌 동생이 와 같이 지내고 가면 난 그렇게 슬플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한번은 너무슬퍼 꺼이꺼이 운적도 있다... (진짜 별거다함)
매일을 4시간 자고 일어나면 새벽 두시 네시 여섯시 이다...
열시에 먹으면 새벽 두시, 열두시에 먹으면 새벽 네시, 새벽늦게 먹으면 여섯시....
약을 먹으면 네시간후 깬다... 그후에 이것저것 하다 운이 좋으면 다시 잠이드는데 그때 가장 선명한 꿈을 꾸기도 한다...
정말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꿈은 무서운 악몽이었다... 전에 한번 매일매일 심한강도의 악몽이 지속되어 악몽을 안꾸게 해주는 약도 먹었다.. 그약이 효과가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계속 먹지는 않았다.
악몽은 주로 나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자세하게 말할수 있는 날이 올까 싶지만..
약들이 악몽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꼭 깨고 나서 다시 잠들면 꾸는 것들이라서..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의 내면이 점점 변화 하면서 이제는 심한 악몽은 가끔 한번씩 꾸고 어쩔때는 좋은꿈도 손꼽아 몇번 꾼적도 있다..
정말 악몽만 안꿔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나는 17년동안 정말 여러 지역의 병원을 다니며 약을 처방 받았다.. 좋은 병원을 찾아 다닌것이 아니라 내가 여러지역을 떠돌때가 있었다...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병원은 약 처방을 위한 곳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병원에 원장님 한분이
그 많은 환자들을 대면 하며 그에 맞게 약 조절을 하고 처방을 하신다..
처음에 (20대 초반) 나는 내가 내 상황을 얘기할수 있게 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치료도 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내상황에서 치료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몇번을 다니고서야 나는 비로소 병원에선 그리 자세한 면담은 할수 없다라는것을 알았다..
오히려 나는 자주가다보니 그렇게 많이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내 얘기만 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민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약을 오랫동안 먹기도하고 이사도 다니는데 갈때마다 했던 얘기 또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즉 단골이 되면 오히려 말 안하는게 편하다.
서로가 어쩔수 없는 시스템 이다.. (말 보다는 검사다)
초창기때 약을 먹는데 너무 새벽에 깨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그것을 말씀 드렸다...
그때 선생님의 조언은 "약을 늦게(12시 지나고) 먹어라 ..." 였다.. 아무말 못하고 네에~~ 했던게 기억난다. 졸피뎀이 4시간 정도간다하니 이해가 된다.. 그래서 보조약도 먹고 있긴 하지만 소용없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잠들수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도 즐거운 산책후 뻗어있는 강아지 옆에 바짝 붙어 글을 마무리 한다..
눈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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