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네차례의 통보와 배부른데서 오는 죄책감

ㄱ~ㅎ 2024. 12. 19. 21:06

11월말 연금공단 방문에서 근로능력 있음으로 한다고 듣고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12월 13일 우편으로 근로능력있음 판정을 받아보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어제(18일) 우편으로 자활근로 면담하러 26일까지 행정복지센터로 오라고 했을땐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 느낌이었다.

오늘 오전 병원에 다녀왔는데 현관에 등기우편물 스티커가 붙여 있었다. 보니 구청이었다.
내일 다시 온다는데 참지 못하고 구청에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 봤다…
근로능력있음에 따른 내용이라고 하였다.

이제는 익숙해 질법한 근로능력 있음 판정 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직도 매우 혼란 스럽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매일매일을 깊은 불안과 우울함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순간이 많아졌다.
수면제를 먹어도 두세시간이면 깨서 아예 잠에 들수 없어 해뜰때 까지 멍하니 있다가 어제는 두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새벽에 깨어있는것이 고통이어서 다른수면제를 꺼내 조금씩 먹으며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킨다. 
별의별 생각이 다든다... 어제는 문득 올초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가 떠올랐다.. 친가쪽은 우리와 작은아버지네 딱 둘이시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없지만 생전 찾아뵙지 못한 죄책감은 남아있다..
 
나는 갑자기 그 가운데서 어색하고 이상한 웃음을 짓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어딜가든 떳떳하지 못하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몹시 우울해졌다...
나는 언제나 자연스런 웃음 지을까…

한편으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안다…  근데 생각과 마음은 따로 논다.
나는 매일 모든것이 잿빛으로 보인다…
머리는 멍 하고 심장은 뛴다… 걱정에 한숨만 쉰다. 
산책은 해도 강아지와 예전처럼 눈맞추며 놀아주진 못한다….

나는 배가 부르다.. 배가 부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나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상상할수 조차 없이 많다라는것을 안다..
아니 모든 생명들의 삶.. 그 삶 자체가 고통이다..

나는 겨우 내입과 내 강아지의 입을 걱정하지만 자신은 굶으면서도 다른이에게 먹을것을 주는 사람들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그래서 나 정말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나도 힘든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너무 이기적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마음이 굳혀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받으려는 것들이 맞는 것들인가....

사실 나에겐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나는 진짜 배고픔을 모른다.... 전쟁도 모른다...  진짜 육체적으로 힘들게 일해본적도 없다.
 
진짜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것만큼 내가 죄짓는것이 없다고 느낀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때문에 힘든것이 아니다... 나 자신의 이기심으로 힘든것이다.
얼마전 전쟁 얘기도 있었지만.. 진짜 전쟁이 난다면,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고 바라는 것들이 얼마나 깃털 같이 가벼운 것인지 느끼게 될것이다..
 
그러나 뼈저린 죄책감에 휩싸여도 나는 다시 도움을 청해야만 한다..
 
처음으로 강아지를 데려온것에 대한 후회가 일어났다..
강아지를 혼자 외롭게 몇시간이고 둘수는 없다.. 
강아지는 어린아이 그 자체 이다....
 
그저 빨리 이상황에서 벗어나서 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아주 작은 것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내 자신을 다 놔버릴수 있길 바란다.... 
 
(세안도 공들여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얼굴이 땡기든지 말든지 로션은 안발랐음 좋겠다..
렌즈도 안끼고 안경도 새로 맞춰 바로바로 쓰고 다닐수 있길 바란다. (강쥐가 뜯어놨다)



옷도 계절별로 두세벌만 있으면 좋겠고 거울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머리도 내가 그냥 자르고 다녔으면 좋겠다... )
 
내일 또 병원에 가야 한다.... 나 하나로 여럿이 고생하신다...
 
두통이 심해지고 있다...  중간에 이야기가 뜬금포로 빠지는걸 느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