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 아직 가려면 이주정도 남았는데 자활근로를 뒤로 밀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 받으러 갔다. 내가 현재 사는곳에 가장 가까운 병원인데 작년 3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병원을 옮기기전 이전병원에서 떼어준 서류를 들고 찾아가 간단한 면담후 약조절에 대한것만을 주로 얘기한다.
대부분 신경정신과는 현재 증상에 대한 것들만 처방하신다.
과거를 묻지도 않고 묻지 않는이상 말하지도 않는다.
선생님도 나도 그게 편하다. 진단서, 그리고 잘때먹는약(환인클로나제팜)을 따로 처방 받았다. 요즘 특히 두시간 정도 자고 깨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에 다시 들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중간에 깨서 먹지말고 처음에 잘때부터 더 먹으라고 하셨다. 환인클로나제팜은 의존성이 큰 약으로 안다.. 하지만 먹으면 진정이 잘된다..
선생님께 자폐에 대해 살짝 물어봤다… "제가 어릴때부터 자폐인것 같아요…" 선생님은 자폐가 절대 아니다. 자폐는 사람한테 아예 관심이 없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셨다.
그런자폐 말구요....
그래도 나는 선생님이 "왜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한번쯤 물어봐 주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내가 자폐일거라는 생각을 한지는 얼마 안되었다.
두장의 진단서를 들고 행정복지센터에 갔다.. 제출하고 나니 극불안이 조금나아 졌지만 많이 지치고 심적으로 힘이든다..언제나 이렇게 툭툭 하면 되는데 그 상황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변수가 생길까봐 불안하다.. 그래서 모든 일이 잘 안될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막상 하고 나면 그리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라는것을 알게 되지만 끝나기 전까지는 다른것들은 아무 생각나지 않고 오직 그일만 걱정한다...
나의 엄마와 외할머니와 많이 닮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는 나는 화가 많아지고 집이 싫었다. 어릴때 엄마가 그렇게 좋더니 크고보니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 슬프면 슬픈대로, 화나면 화나는대로, 말하고 싶은대로 말 하셨다.. 술도 자주 드시고 할머니와도 많이 싸우셨다.. 나는 엄마가 술을먹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나에게 잘해주시면 그것이 또 싫고 징그러웠다... 오빠는 자주 가출을 했다..
엄마는 오빠와 나의 학교생활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모름과 외면이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에 부모님이 선생님께 하고싶은말들을 쓰는란에 난 늘 아무말도 쓰지 못했다.. 엄마가 쓰기 싫다고 해서 어느날은 오빠한테 왼손으로 써 달라고 부탁했다... '공부를 잘 가르켜(가르쳐) 주십시오...' 선생님이 공란으로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셨다... 다른아이들의것을 본적이 있는데 예쁜 글씨체로 정성어린 글을 가득 적으셨다..(물론 다 그렇진 않다)
나는 엄마의 두드러지는 감정표현을 싫어 했지만... 나도 엄마처럼 완전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방학때는 할머니와 자주 싸웠다... 할머니는 보이면 보이는 대로 잔소리를 해대셨다...
한번 하시면 온갖모진소리, 쌍욕은 기본이고 신세한탄을 그렇게 하셨다.. 나는 참다가 터지면 할머니께 말대꾸하고 대들었다..
아마 지금도 내가 욕하는것을 싫어하고 듣는것도 싫은 이유가 그때 들었던 엄청난 욕들에 대어서 인것 같다..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됐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사람에게 보이는것은 싫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씩 할머니의 친구분이 오시면 착하게 굴었다..
어느날은 할머니와 싸우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 우리집은 현관을 안잠그고 살았는데 그때 엄마의 사촌들(나에게는5촌정도)이 오셨다... 나는 아뿔싸 했다... 할머니에게 대들던 채로, 기분나쁜채로 손님들을 맞을수가 없어서 그냥 뛰쳐나갔다.. 혼란스러운 분노에 어찌 할수 없던 나는 친구를 찾아갔다..
"제일 쉽게 죽는 방법이 모야~?
"약먹는거 아닐까~?
상기된 나를 현관문밖에서 빼꼼히 보던 친구가 대답해줬다...
나는 내 현재 괴로움을 그렇게 표현했지만 전혀 죽을 생각은 없었다...
엄마가 싫은이유들을 빼곡히 적은 메모장을 엄마에게 들켰다고 생각한적이 있다.. 엄마는 읽어보는듯 했지만 나에게 뭐라고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해를 못한걸까?
할머니는 연세도 많으셨고 행색도 그리 안 좋으셨다.. 우리 가족은 이미 다른 이웃들에게 안좋은 이미지로 찍혀 있었다...
나는 그걸 모르고 있다가 우연찮게 아주머니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가슴시리게 서로를 가엾게 여겼다...
크고보니 엄마보다는 할머니가 더 좋았다.. 어릴때는 할머니가 학교에 오는것도 그리 싫었는데 이제는 할머니가 안쓰러웠다.. 엄마가 할머니랑 싸울때는 늘 할머니편이 었다...
하지만 난 할머니 한테도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나의 외모와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기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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