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네발 산책 (ft. 강지)

ㄱ~ㅎ 2025. 1. 31. 21:05

이사후 내내 아프고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29일 나는 강지와 엄마집에 갔었다.. 원래 2월중순쯤 찾아뵐 계획이었으나 두통도 좀 괜찮아 졌고 빨리 찾아뵙는게 마음이 편할것 같아서다.. 그렇게 강지와 나는 엄마와 집에서 조촐하게 명절? 보내고 어제 집으로 돌아가려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일부러 집으로 바로 안가고 집 주변 가까운 공원으로 도착지를 정했다..
 
이곳에 이사 오니 가장 불편한것이 산책 이다.. 주변에 산책할만한 곳이 전혀 없는데다 마땅한 공원도 없었다.. 
처음으로 지도를 봐가며 공원을 찾아 헤매였다.. 하지만 그곳은 강아지와 산책할만한 공원들이 아니다.. 
 
결국 푸른길공원이라는데서 내려 집까지 가보기로 했다.. 강지와 편안하게 산책할만한 곳을 찾고 싶었다..
푸른길공원은 차도 옆에있는 걷는 길이었다.. 강지는 걷는것 보다는 뛰어다니는걸 아직 좋아해 아쉬었지만 없으니까, 그리고 피곤했기에 일단 걸어 집에 가보기로 한다.. 
 
이사가기전 집 뒤가 산이있었고 당연히 공원들이 주변에 있을거라 생각했다. 지도를 봐도 좀 걸어가면 공원이 있긴 있었다..  
 
강지와 지도를 따라 걷다가 문득 지름길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심한 길치라 늘 지도가 갈쳐주는 대로 잘가는데 요상하게 이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일직선으로 가면 금방갈 집인데 지도상에서는 돌아가라고 되어있다..  나는 가운데가 산일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일직선으로 가면 길이 있고 금방 집에 도착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글케 믿고 싶었다.
 
일단 지도가 알려주는대로 걷다가 일직선으로 가기위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파트로 들어갔고 뒤쪽으로 둘레길로 이어진곳이 나왔다.. 한참가다 두갈래의 길이 나왔다.. 하나는 아파트 아래쪽길, 하나는 아파트 왼쪽길... 나는 왠지 왼쪽으로 가면 길이 없을것 같았다.. 사람이 다니는 길로 돼있지 않는것 같았다...  하지만 지도상에는 왼쪽길로 나와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된다라는 생각과 다르게 평소에는 발휘가 안되는 모험심이 뜬금 발동했다.. 
 
강지랑 산책을 다녀야 되니 나는 길을 알아야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렇게 왼쪽길로 들어가니 눈으로 덮여있는 언덕이 나왔다.. 나와 강지는 그 언덕을 올랐다.. 분명히 지도는 맞게 간다고 되어 있다.. 
 
언덕들 옆에는 자그마하게 텃밭이 있는걸 보니 이곳은 사람이 다니는게 분명하다.. 하지만 눈이 녹지않아 어디를 밟아야 하는지 잘 안보였다.. ㅈ 됐다 느꼈을땐 이미 좀 올라온데다 나는 평소엔 없던 오기가 생겼다.. 가다보면 길은 반드시 나올거라는... 하지만 올라갈수록 겁이 났다..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 발자국은 없었고 눈덮인 산밖에 안보였다.

나는 예전에 가끔 운전을 하다보면 네비게이션이 이상한 방향으로 안내할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이 지도도 나를 길이 아닌곳으로 이끈다는 생각에 갑자기 무서워졌다.. 거기다 계속 미끄러지며 올라갔기에 숨은 턱까지 찼고 이미 너무 힘들었다.. 나는 산을 잘 모를 뿐더러 내가 생각했던 산행이 아니었기에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나와는 다르게 강지는 날라다녔다.. 여기저기 나를 끌고 다녔기에 중간에는 끈을 아예 놓쳤다.. 그래도 멀리 안가고 저만치 가다 서서 나를 기다려 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어어 하고 미끌어지면 이내 나에게 와서 괜찮냐는듯 꼬리치는 녀석이 있어 나는 힘을 내보기로 했다..강지가 뛰어간길을 뒤를 따라다녔다.. 
 
나는 강지를 안고 택시를 타야했기에 앞에는 강지가방을 멨고 긴패딩을 입고 뒤에는 작은 짐가방을 메고 있었다.. 거기에 굽높은 크록스를 신었다.. 앞뒤로 가방을 멨기에 함부로 숙이지도 못했다.. 크록스는 미끄러웠다.. 하지만 계속 미끄러 지는 통에 어느덧 나는 가방이고 나발이고 몸을 앞으로 숙여 짐승마냥 네발로 걷기 시작 했다... ㅠㅠ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사는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손과 발로 겨우 오르고 오르니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래 저기 길이 있구나 이젠 조금만 가면 되겠구나!!
나와 강지는 거지꼴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올라오게 되었고 나는 목이 너무 말랐지만 참고 지도를 다시 봤다.. 
지도의 방향은 산아래를 향했다.. 허나 산아래는 누가봐도 내려갈수 없는 곳이다.. 
 
어쩔수 없이 지나가는 등산객 분들한테 마을?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어디쯤 이냐고 해서 말했더니 쭉직진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직진 하라는 말에 안도감이 몰려 왔다... 하지만 가도가도 길이 끝나지 않았다... 나는 염치불구 하고 다른분께 이길이 맞냐고 물었다..
 
하지만 걸어도 너무 걷던 차에 드뎌 내리막길이 보였다.. 내리막길은 꽤 가파랐다.. 하지만 계단이 나있어서 올라올때보단 낫겠구나 했다.. 하지만 내려가면 갈수록 무릎이 찌릿찌릿하는 통증을 느꼈다...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힘들다더니 이래서 그런거구나... 강지가 걱정이 되었다.. 잘 다녔지만 혹시나 나중에 관절에 문제가 생길까봐 강지를 그옆에 길로 가라고 자꾸 가라고 했다...  안고내려가고 싶었지만 내가 먼저 죽을것 같았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평지가 안나온다... <아놔 신발 언제까지 내려가야 하냐구... > 내적으로 욕을하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어디 앉아 쉴만한 곳도 없다.. 끝이 안나오는 내리막길에 강지도 지쳤는지 가다가 멈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한참내려가다보니 옆에 잡고 올라가라는 줄이 있었다.. 이 줄이 저 위까지 있었으면 좋았을걸... 나는 그제서야 한손에 강지를 안고 한손으로 줄을 잡고 천천히 오도독 거리는 다리의 통증을 참아가며 내려갔다... 줄이 있으니 곧 평지가 나올꺼야... 할렐루야!! 드뎌 앉아 쉴수 있는 정자 하나가 나왔다....그곳에 잠시 앉았다... 바지와 신발은 이미 진흙이 다 묻어 있고 군데군데 다 흙이 묻어 있었다.. 강지꼴은 더했다...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 강지식히는 대단한 식히다...

내가 쉬고 있는 사이 가만히 못있고 주변을 탐색하며 날뛴다.. 이식히는 지칠줄을 모른다.. 
더 앉아있을수 없어 계속 걸어나갔다.. 작은오솔길이 나왔는데 아니 이길은 또 왜 이렇게 긴겨~~~ 
 
드뎌 내가 지나쳤던 아는곳이 나왔다... 쭉 가면 집이다... 하지만 집에가는길을 멀리서 바라본 나는 또 한숨 쉬었다..
 
내가사는 아파트가 좀 많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경사가 좀 진곳이다...
터덜터덜 집에오고 이것저것 다 하고 나니 몸뚱아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거의 한시간 반을 헤매고 다녔다...  
 
다행히 강지는 오늘아침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쉬야를 하고 나더니 신나게 공을 물고 누워있는 나에게 달려왔다.. 그러고는 내 등뒤로 애지중지 하는 지공을 휙하고 내뱉었다... ㅋㅋ
 
비록 등산로로 올라오지 않고 곧장 산으로 올라왔지만 순간순간 머리가 띵하니 정신차려 지는것 같았다.. 
 
나는 집 뒤의 산이 궁금했다... 강지와 다닐수 있는길인지.. 생각보다는 꽤가파랐지만 나는 괜찮아지는대로 다시 그산을 가볼 생각이다..  물론 위험하지 않는 선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