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강아지랑 투표소 방문
엊그제 그리 이르지 않은 오전 강지 산책겸 투표를
하러 집을 나섰다.
시원했지만 해가 조금씩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중학교 인근에 거의 다왔을때쯤 강지가 응가를 쌌다.
나는 봉투에 담아 원래 쓰레기 봉투가 있는곳을 찾아갔으나
아뿔싸! 거기엔 이미 쓰레기 봉투가 한개도 없었다.
이른아침 이미 수거해 간게지..
나는 안다...
중학교 그 근처엔 쓰레기 봉투 버리는곳이 단 한곳도 없다는 것을....
투표소에 다와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투표는 나중으로 미루고 산책부터 하다가 응가봉투를 처리하고 갈까...
투표부터 얼른 하고 싶었지만 이 응가봉투를 들고
강지를 안고 투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
하지만 쓰레기 버리는 곳까지 가기에는 좀 멀었다.
나는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며 근처에 쓰레기 버리는곳이 없을때 늘 하던것 처럼
내가 하고있는 강지 가슴줄에 응가 봉투를 질끈 묶고 달랑달랑 거리며 투표소로 들어갔다.
다행히 투표소에서 냄새가 났는지 안났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다정했다.
나는 되도록이면 멀찌감치 떨어져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하고 나왔다.
바로 근처공원으로 갔는데 게이트볼장 바로옆 벤치에 어린 아이들이 메론킥과 음료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게이트 볼장에서 강지 공놀이를 시키기
위해 잠시 풀어두었는데 남자 아이가 잘 노는 강지에 관심을 가졌다.
근데 마침 여자아이가 어떤 눈치를 챘는지
"너 강아지 무서워 하는구나..?"
"아니야, 나 안무서워해..."
그런데 공놀이 하던 강지가 쉬야를 하기 위해 뛰자
남자아이가 그만 어쩔줄 몰라하며 여자아이 뒤로 숨었다.
여자 아이는 큭큭대며 웃었고,
나는 왠지 남자아이의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난것에
대해 괜시리 미안해 졌다.
강지를 무서워 하는 아이를 걱정해 다시 강지의
하네스를 묶은후 나는 그곳을 떠났다.

둘. 어느 어르신과의 대화2
지난 3월 나는 공원에서 연세가 지긋해 보이시는 어느 어르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https://roseyoung216.tistory.com/entry/어느-어르신과의-대화
그 어르신은 굉장히 마르셔서 처음에는 남자분인지
여자분인지를 몰랐을 정도였다.
벤치 나의 옆에 앉으신 어르신이 나는 매우 궁금해
먼저 말을 건넸다.
나는 어르신과 굉장히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다시
만나면 서로 또 이야기할것을 약속한채 헤어졌다.
그만남 이후로 한번도 그 어르신을 뵌적이 없었다.
하지만 며칠전 나는 또 산책하다 벤치에서 쉬다가
그 어르신이 나를 멀리서 부터 알아보시고는
얼른 나있는데로 오시는걸 보았다.
어르신은 처음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셨다.
우리는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그동안 어르신도 나를 기다리셨던 모양이다.
"요즘 식사는 잘 하세요..?
"여전히 못 먹어.."
어르신은 음식얘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피붙이(따님)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때와 비슷하게 따님 디스먼저 하셨다.
인천에서 너무 급박했던 그날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한채 따님을 따라 이곳까지 오시게 된 사연.
15평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계실때의 물건은 숟가락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고 정들었던 물건은 다
폐기처분 되었다고 했다.
그중 오래전 아끼던 옷에 한땀한땀 예쁘게 수놓으신게 있으신데 그걸 못가지고 오신것이 가장 아깝다고 하셨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몸이 아픈데 그깟것들 다 무슨 필요가 있으랴..
아깝다는 말끝에는 이런말도 하셨다.
그러면서 따님에게 자신의 모든 돈을 다 주셨는데도
이리 관심도 못받고 살고 있으니 원통하다 하셨다.
따님 디스는 하시면서도 사위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 하셨다.
그 외에도 우리는 노화와 다이어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르신은 다이어트에 고민하는 나에게 곧 있으면 그 몸으로? 평생 살아야 된다고 무섭게 말하셨다..
흑흑..ㅜㅜ 저 많이 안 뚱뚱해요.....
우리는 전보다 많은 얘기는 안나눴지만 다음에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때는 어르신이 더 건강해 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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